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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칼럼


                               순  종                                   박원일 목사

                                                                        사무국장

          1866년(고종 3년), 평양 근처 대동강변에 도착한 제너럴셔먼호, 그 배에 타고 있던 27살의 로버트 토마스 선교사는 복
        음을 제대로 전해보지도 못한 채 순교한 영국의 선교사였습니다. 그가 한 일이라곤 조선인들의 저항으로 불타고 있는 배
        의 화염 속에서 강가로 성경책을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조선 땅을 제대로 밟아보지도 못한 채 붙잡혀서 즉결사형을 당함
        으로 순교한 그의 선교는 우리가 볼 때 얼마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일입니까? 당시 조선은 아무도 관심이 없고, 가려고
        도 하지 않는 미지의 땅이었습니다. 당시 선교의 황금어장은 중국이나 일본이었습니다. 그러니 이처럼 비합리적이고 비
        효율적인 선교가 또 어디 있을까요?
          1956년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명문 휘튼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짐 엘리엇을 비롯한 5
        명의 크리스천 젊은이들이 남미 에콰도르의 아우카족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들어간 뒤에 실종된 것입니다. 아우카족은
        그 당시까지 접촉해서 살아남은 백인이 한 사람도 없을 정도로 사나운 부족이었습니다. 엘리엇과 친구들은 영혼 구원이
        라는 한가지 목적으로 아우카족 선교를 계획하고 실행했습니다. 이들은 에콰도르의 전진기지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아우
        카족이 살고 있는 정글 속으로 들어가 바구니에 성경책과 선물을 담아 내려줬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 엘리엇 등은 아우카
        족 마을에 근접한 강가에 비행기를 착륙시켰고, 아우카족 마을을 향해 떠납니다. 그리고 이후 소식이 끊기게 됩니다. 가
        족들은 이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청년 선교사들의 실종 소식은 미 전역으로 퍼졌고, 대대적인 수색
        작업이 벌어졌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에콰도르 아우카족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떠났던 미국의 28살의 짐 엘리엇
        선교사를 비롯한 다섯 명의 젊은 선교사들은 아우카족이 사는 부족마을에 도착한 지 닷새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이
        된 것입니다. 엘리엇과 친구들은 모두 아우카족의 창에 찔려 살해됐습니다. 경비행기는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끔찍한 비
        극이었습니다. 미국 전역이 들끓었다고 합니다. 언론에서는 ‘이 무슨 낭비인가’(What a waste!)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
        했습니다. 전도유망한 청년들이 너무나 허망한 죽음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 준비하던 텐트 주위에서
        창과 도끼에 무참히 살해된 그들의 주머니 속에는 권총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우카족들로부터 자신들을 충분히 지킬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선택한 그들의 선교활동을 볼 때 이 또한 얼마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일입니까? 왜 하필
        아우카족이었을까요? 선교의 열매가 더 확실한 민족도 많았을텐데 말입니다.
          참 순종하기 힘든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명령, 뜻이 우리에게 주어질 때, 그것이 정말 어이없고 황당하고 말이
        안 되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일 때가 있습니다. 중국 선교의 비전을 품고 열심히 중국어를 공부했는데, 갑자기 일본으로
        부르시기도 합니다. 일본선교사로 수십 년을 선교했는데, 세례자를 한 명도 주시지 않습니다. 수십 년 선교하며 교회도
        세웠는데, 비자연장이 안 되어 더 이상 체류가 안됩니다. 수년을 장애인 사역에 헌신했는데, 복지만 좋아질 뿐 장애인 전
        도는 생각처럼 되지 않습니다. 때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용서하라고도 하십니다. 기도할 수 없고, 너무 바쁜
        데 자꾸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역사를 만들어갔던 사람들은 모두 순종하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순
        종이란 다른 사람, 특히 윗사람의 말이나 의견 따위에 순순히 따른다는 사전적 의미가 있지만,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순종
        은 조금 다릅니다. 순종이란, 그 말의 내용이 아니라 그 말을 하신 분이 하나님이라는 사실 때문에 납득이 안 되고, 터무니
        없고,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어도 그래도 그 길을 가기로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불필요한 낭비처럼 보인다 할지
        라도 말입니다. (예수님의 낭비: 잃은 양 찾기, 자격 없는 제자들의 신분, 죄인들과의 교제, 사마리아 방문, 십자가 죽음
        등)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믿음,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는 오직 순종으로 드러납니다.
          우리는 지금 순종하고 있습니까? 우리의 상식선에서만 하는 순종은 순종이 아닙니다. 저기는 위험해서 못 가고, 여기는
        아무도 안 가니까 못 가고, 손해 보니까 안 하고, 고생하니까 안 하지는 않습니까? 저기는 안전하니까 가고, 여기는 모두
                    가 가니까 가고, 이득이 있으니까 하고, 고생 없이 편안하니까 하는 것은 순종이 아닙니다. 그런 순종
                       이었다면, 고난을 기꺼이 감당했던 순교자들의 역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순종으로 하나
                         님의 역사는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순종은 모두 하나같이 인간의 능력(인격, 경험,
                          철학 등)이 아닌, 성령의 이끄심으로 가능한 것입니다. 사마리아의 전도자 빌립 집사가 광
                           야길에서 에디오피아 내시를 만나 복음을 전한 이야기가 생각납니다(행 8:4~40).

                                                                2022년 4월 인천밀알보_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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