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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서평
또 다른 ‘우리’를 이해하려는 시도
『우리에 관하여』를 읽고
- 피터 카파타노 외, 해리북스 -
문양호 목사
나는 하늘을 날지 못한다. 공중부양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못한다고 해서 장애를 가진 것은 아니다.
또 그것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는다. 물론 그렇게 날아보거나 공중부양을 할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그것이 내가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주지 않는다. 또 내가 백 미터를 10초 내에 뛰지 못하고
마라톤을 두 시간 안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해도 나는 별반 상관하지도 않으며 부끄럽지도 않다. 실제로 백 미터와
마라톤을 그렇게 하는 사람이 바로 내 옆에 있다고 해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문제 될 것도 없다. 그
렇지만 우리가 100미터를 1분 안에 들어오지 못하거나 마라톤이 아니라 5킬로 단축마라톤을 두 시간 안에 뛰지 못
하면 부끄러워하거나 내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당장 내 생활에 어려움을 주어서라기보다는
평균적인 이들보다 자신이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며 내게 다른 사람들보다 문제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 평균이란 것, 또 일반적이라는 기준은 상대적인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읽은 해리북스의 ‘우리에 관하여’를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뉴욕타임즈에 실린 60여 편의 에세이를 묶은 것이라고 한다. 각자 장애를 가진 필자들이 비장애인의 입
장이 아니라 장애인의 입장에서 자신과 자신들의 삶, 또 장애에 대한 생각들을 기술한 것이다. 우리는 종종 장애를
가진 분들을 접할 때 그들 자신을 보기보다는 그들이 가진 장애로 그들을 규정하고 어떤 선입관을 가짐으로써 마르
틴 부버가 말한 ‘나와 너’가 아니라 ‘나와 그것’의 관계가 되어 버리게 할 수 있다. 결국 그분들 자신 그대로 이해
하기보다는 우리의 시간과 선입관으로 그분들을 규정하고 재단해 버릴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책 제목처럼 ‘우리에 관하여’는 그분들 자신이 자신에 대해 써나가는 것을 통해 우리의 선입견과
편견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것은 소통의 가장 기초가 되며 첫걸음이 될 것이다. 책 초반에서 언급하
듯 정체성은 남이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하여야 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들은 장애를 가진 분들을
인격체로서보다는 어떤 경우 그저 도움이 필요한 분, 우리랑 다른 분이라 먼저 생각함으로써 온전한 소통이 불가능
하게 만들어 버린다. 물론 자신이 말하는 정체성조차도 주관적일 수 있지만 최소한 자신을 자신이 설명함속에서 상
대와의 이해의 시작이 된다. 또 장애를 가지지 않은 이들이 다수이고 비장애인들 자신이 말하는 삶의 정체성을 이
야기한다 해도 그것도 역시 주관적이기에 옳거나 우위에 있다고 말할수 없기에 결국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을 통해
그 관계와 소통은 이루어질 것이다. 문제는 장애를 가진 분들이 상대적으로 소수이고 또 그 각각의 장애들이 갖는
특성으로 인해 어떤 때 장애를 갖지 않은 이들보다 어떤 때는 약할 수밖에 없기에 그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삶
의 권리들이 무시되거나 경홀히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에 관하여’란 말처럼 그분들 시각에서 바
라보며 이해해야 하고 그분들 자체로서 인정하고 배려해야 할 부분들이 있게 된다.
이 책의 탁월성은 이분들의 이해만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분들이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낸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장애라기보다는 남들이 그들보다 잘함에서 오는 불편함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
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음악을 좋아해서 악기를 다루는데 소질이 있어서 잘 연주하는 사람 앞에서 통기타에서 제대
로 음도 내기 힘든 나 같은 사람을 소질이 없고 재능이 없다고 이야기하지 장애를 가졌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어
떤 면에서 장애를 가진 것은 남들보다 어떤 면이 한가지 부족하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다 보면 내가 평소 장애라고 생각지 않았던 것이나 들어본 적이 없는 질병들도 장애로서 이야기한다.
예컨대 당뇨 같은 것이나 일종의 정신질환도 그렇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나름의 장애, 아니 남들보다 못하
는 것을 갖고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시각 속에서 서로를 돌아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바로 내 옆에서 살아
가는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배려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4 _장애인선교를 위한 따뜻한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