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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사역자 이야기




                          밀꽃을 아시나요?



                                                                  - 박춘식 간사

             봄맞이 꽃들의 피고 지는 속도가 하도 빨라서 차라리 비장함을 느낀다. 올해 유독 그런 것
           은 코로나19 소동이 여전히 진행 중인 까닭이리라. 모란이 언제 폈다 졌는지 주의해 볼 틈
           도 없이 상아빛 꽃들이 아우성치듯 피어나는가 하더니, 순식간에 그 우아한 자취를 깡그리
           지우고 말았다. 갈색으로 황량한 동토(冬土)를 덥히려는 꽃들의 열정으로 봄은 또 그렇게 계
           절의 앞섶을 열었다. 왁자글 개나리가 피었다 지고, 벚꽃이 또 그 화사한 꽃그늘을 드리웠다
           가 사라졌다. 모든 꽃들이 있는 힘을 다해 자기들의 열정을 쏟아붓는 듯했다. 잠간 주어지는
           생명의 의무를 저토록 치열하게 감당하는 꽃들을 보고 Ts 엘리엇은 '잔인한 4월'이라고 읊지
           않았을까?


             그러나 나는 정작 이 5월에 다른 모든 꽃들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밀이란 알곡으로 빚는
           밀꽃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밀 이삭이 달릴 때 설거지 뒤의 밥풀처럼, 뿌려지듯 이삭
           위에 아무렇게나 매달린 밀꽃들을 보셨는지 묻고 싶다. 그 꽃향기가 어땠는지 나는 기억이
           없다. 그걸 굳이 향기라 칭해도 좋은가 묻고 싶을 만큼 그 냄새는 수수하고 평범했을 터이
           다. 해서 나는 장차 그 냄새가 오븐에 구워지는 밀빵의 구수한 향기라고 우길 작정이다. 밀
           꽃은 아무도 주의해 보지 않는 그런 모습으로 세상에 잠시 왔다가 사라진다. 심지어 밀꽃이
           있다는 사실마저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 그는 멸시를 받아서 사람에게 싫어 버
           린 바 되었으며... 사람들에게 얼굴을 가리우고 보지 않음을 받는 자 같아서 멸시를 당하였
           고 우리도 그를 귀히 여기지 아니하였도다."  (이사야 53:3)

             밀알은 꽃조차 어쩌면 그렇게 예수님 컨셉일까?  그 꽃은 알곡으로 여물어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되고 땅에 떨어져 죽음으로 수많은 부활을 이룬다. 오직 자신을 멸하므로 만개하는
           영광을 고스란히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밀알이 되라고 하나님은 우리에게 청하신다. 미운 오
           리 새끼로 천대받던 새끼오리가 정작 백조였다는 우화는 내면의 진리만 보라는 하나님 나라
           의 이해와 안목을 뜻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나님 나라에서 새롭게 평가받을 우리 밀알 개
           개인의 상급에 소망을 가져봄이 어떤까? 우리 밀알들은 오직 하나님만 바랄 뿐 달리 할 일
           이 없다. 그래서 복 받은 자들이 분명하다. 할렐루야!



        6   _장애인선교를 위한 따뜻한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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